분류 전체보기88 예언자 리뷰 (교도소 생존, 권력 구도, 말리크 성장) 아무 연고도 없이 교도소에 들어온 스물한 살짜리 아랍 청년이 출소할 때는 검은 SUV 세 대의 호위를 받으며 나온다. 프랑스 영화 '예언자(Un Prophète, 2009)'는 그 변화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보고 나서 한동안 말리크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는데, 그 이유가 뭔지 정리해봤습니다.교도소 생존, 선택지가 없던 첫날갱스터 영화를 꽤 챙겨 본 편인데, 보통 이 장르의 주인공들은 처음부터 어느 정도 '끼'가 있거나 야망이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말리크(타하르 라힘)는 달랐습니다. 경범죄로 6년형을 받고 들어온 그는 글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아무런 빽도 없는 진짜 밑바닥 인물이었습니다.교도소 안에는 크게 두 세력이 있었습니다. 코르시카파는 보스 세자르 루치아나를 중심으로.. 2026. 7. 7. 하트 아이즈 (줄거리, 슬래셔, 쿠팡플레이) 밸런타인데이를 배경으로 커플만 골라 죽이는 연쇄 살인마가 등장하는 영화, 하트 아이즈. 쿠팡플레이를 통해 공개된 직후 신선한 마스크 슬래셔라는 이유 하나로 냉큼 눌러 재생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치 있으면서도 아쉬움이 남는 묘한 영화였습니다.줄거리 — 밸런타인데이에 커플이 도망친다1년 중 가장 로맨틱해야 할 날, 두 직장 동료가 연인으로 오해받아 살인마에게 쫓기게 된다는 설정 자체가 이미 반칙 수준으로 영리합니다. 주인공은 앨리(올리비아 홀트)와 제이(메이슨 구딩). 둘은 커플이 아닌데, 커플만 골라 노리는 하트 아이즈 킬러에게 타깃이 되면서 그 밤 내내 도망을 쳐야 합니다.하트 아이즈 킬러는 이름 그대로 하트 모양 눈알 마스크를 쓴 슬래셔 살인마입니다. 여기서 슬래셔(Slasher)란 칼이나 날붙이류 .. 2026. 7. 7. 라이프 리스트 (원작 각색, 결말 분석, 사랑의 의미) 어릴 때 품었던 꿈의 목록을 마지막으로 꺼내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하시나요.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마주친 는 그 질문을 조용히 던지는 영화였습니다. 저는 예고편 도입부만 보고 "유언으로 남긴 리스트가 있나 보다" 정도만 짐작한 채 재생 버튼을 눌렀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소설에서 스크린으로 — 원작 각색이 만들어낸 온도 차이 영화는 로리 넬슨 스펠먼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아담 브룩스 감독이 직접 각본에 참여했는데, 원작의 감성은 살리면서도 영상 매체에 맞게 구조를 다듬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제가 원작 소설을 먼저 접한 뒤 영화를 봤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지만, 오히려 아무 선입견 없이 봐서 더 몰입했던 것 같습니다.각색(Adaptation)이란 단.. 2026. 7. 6. 킬링 디어 (그리스비극, 부조리, 요르고스란티모스) 영화를 보고 나서 불쾌했다는 말이 칭찬이 될 수 있다는 걸, 저는 를 보기 전까지는 몰랐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가슴이 막히는 느낌. 숨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그 갑갑함이 영화관 문을 나서고도 한참 이어졌습니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그리스 비극을 끌어와 현대 도시 위에 올려놓은 이 영화는, 일반적으로 "독특한 유럽 작가영화"로 소개되지만 제가 직접 경험해 보니 그 표현은 너무 점잖습니다.그리스 비극이 현대에 되살아난 방식 — 줄거리와 구조성공한 심장외과 의사 스티븐은 수술 중 환자를 잃은 과거를 안고 살아갑니다. 그는 그 환자의 아들 마틴을 비밀리에 만나며 죄책감을 조금씩 덜어내려 합니다. 고가의 시계를 건네고, 집으로 초대하고, 가족에게 소개까지 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연민처럼 보이던 이 관계.. 2026. 7. 6. 화이트 하우스 다운 (액션 블록버스터, 롤랜드 에머리히, 몰락) 롤랜드 에머리히라는 이름만 믿고 틀어놓은 이 끝나고 나서 든 생각은 "이게 그 감독 맞아?"였으니까요. 백악관 점령이라는 설정만으로도 충분히 기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는데, 영화는 그 기대를 아주 특유의 방식으로 허물어 냈습니다. 왜 이 영화가 롤랜드 에머리히 몰락의 기점으로 불리는지, 제가 직접 봐온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보겠습니다.액션 블록버스터로서의 한계 — 올드한 설정이 문제가 아니었다제가 직접 봐봤는데, 처음 30분은 꽤 괜찮습니다. 의회 경찰 존 케일이 대통령 경호원 면접에서 탈락하고, 실망한 딸을 달래려 백악관 투어를 신청하는 장면은 인간적인 온기가 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입니다.테러리스트들이 백악관을 장악하는 순간, 영화는 90년대 미국 만세 블록버스터의 문법을 그대로 꺼내 듭니다. .. 2026. 7. 4. 투게더 리뷰 (보디 호러, 부부 연기, 선댄스) 2025년 선댄스영화제 미드나잇 부문 공식 초청작,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100%라는 숫자를 보고 솔직히 기대가 너무 컸습니다. 직접 관람하고 나서 느낀 건,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분명히 날카롭지만 그 질문에 도달하는 과정이 모든 관객에게 편하지만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선댄스에서 왔다는 것, 그 말이 의미하는 것제가 처음 이 영화를 알게 된 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선공개 소식을 통해서였습니다. 선댄스영화제 미드나잇(Midnight) 부문 초청작이라는 이력이 눈에 들어왔는데, 미드나잇 부문이란 장르 팬들 사이에서 '선댄스에서 가장 거칠고 실험적인 작품만 모아두는 섹션'으로 통합니다. 쉽게 말해 주류 관객보다 장르 마니아들의 심장을 먼저 겨냥하는 자리입니다.북미 배급권을 거머쥔 곳은 네온(Neon).. 2026. 7. 4. 이전 1 2 3 4 ··· 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