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선댄스영화제 미드나잇 부문 공식 초청작,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100%라는 숫자를 보고 솔직히 기대가 너무 컸습니다. 직접 관람하고 나서 느낀 건,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분명히 날카롭지만 그 질문에 도달하는 과정이 모든 관객에게 편하지만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선댄스에서 왔다는 것, 그 말이 의미하는 것
제가 처음 이 영화를 알게 된 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선공개 소식을 통해서였습니다. 선댄스영화제 미드나잇(Midnight) 부문 초청작이라는 이력이 눈에 들어왔는데, 미드나잇 부문이란 장르 팬들 사이에서 '선댄스에서 가장 거칠고 실험적인 작품만 모아두는 섹션'으로 통합니다. 쉽게 말해 주류 관객보다 장르 마니아들의 심장을 먼저 겨냥하는 자리입니다.
북미 배급권을 거머쥔 곳은 네온(Neon)이었습니다. 네온은 '45세 이하로 폭력과 외국어, 논픽션에 거부감이 없는 층'을 핵심 타깃으로 명확히 설정한 배급사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북미 배급을 성공시키며 이름을 알렸습니다. 이후 황금종려상 수상작을 6회 연속으로 북미에 선보이며 '이 로고가 붙으면 믿을 만하다'는 인식을 굳혔습니다(출처: 선댄스영화제 공식 사이트).
감독 마이클 생크스는 호주 출신 신예로, 이번 작품이 첫 장편입니다. 도제 시스템이나 전통 영화 교육 과정이 아닌, 개인 유튜브 채널 '팀팀페드(timtimfed)'를 통해 20만 구독자를 쌓으며 연출가로서의 가능성을 직접 증명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브링 허 백>을 내놓은 필리포 형제와 함께, 호주 출신 장르 감독들이 유독 눈에 띄는 해이기도 합니다.
보디 호러가 사랑 이야기를 만날 때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권태기의 연인 팀(데이브 프랭코)과 밀리(알리슨 브리)가 시골로 이사한 뒤, 숲속 구덩이에 빠지는 사건을 계기로 서로 떨어져서는 살 수 없는 존재로 변해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설정이 활용하는 장르가 바로 보디 호러(Body Horror)입니다. 보디 호러란 인간의 신체가 변형되거나 훼손되는 과정을 공포의 중심에 놓는 장르를 뜻합니다. 크로넨버그 감독이 대표적 계보로 꼽히는데, 몸의 변화를 통해 정체성 혹은 관계의 불안을 상징하는 방식으로 자주 쓰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영화의 보디 호러는 단순히 '징그럽고 끔찍한' 시각 자극을 주는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영혼의 파트너'라는 낭만적 표현이 실제로 어떤 의미인지를 몸으로 번역하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헌신(commitment)이라는 단어 안에 숨어 있는 공포, 즉 누군가와 완전히 하나가 된다는 것이 어쩌면 자아의 소멸을 전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 영화는 꽤 노골적으로 건드립니다.
감독 본인도 "이 영화는 누군가와 인생을 공유한다는 것의 잠재적인 공포, 헌신이라는 단어 속에 담긴 지속적인 불안감에 관한 이야기"라고 직접 밝힌 바 있습니다. 그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건 영화를 보고 나서도 한참 동안 머릿속에서 장면들이 맴도는 경험으로 확인했습니다.
- 보디 호러: 신체 변형을 통해 정체성·관계의 불안을 형상화하는 공포 장르
- 헌신의 역설: '영원히 함께'라는 약속이 가장 끔찍한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우화적 설정
- 일상의 이질감: 낯익은 공간과 행동을 낯설게 뒤틀어 공포로 치환하는 연출 방식
실제 부부가 연기한다는 것의 무게
데이브 프랭코와 알리슨 브리는 실제 부부입니다. 각자 배우이자 연출가, 제작자로 활발히 활동 중인 두 사람이 스크린에서 다시 만났는데, 이 캐스팅이 영화에 준 효과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순간들은 특수효과나 음향이 아니라,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나왔습니다.
미장센(Mise-en-scène)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화면 안에 담기는 모든 시각 요소, 배우의 위치와 표정, 조명, 배경까지를 연출가가 의도적으로 배치하는 행위를 가리킵니다. 마이클 생크스 감독은 이 두 사람이 실제 삶에서 이미 쌓아온 친밀감을 미장센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두 주인공의 '비정상적인 밀착'이 스크린에서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더 불편하게 느껴지는 역설이 생겨납니다(출처: 로튼 토마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실제 부부이기 때문에 '편해 보이겠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편안함이 공포의 재료가 되는 구조를 직접 확인하고 나서야 이 캐스팅이 얼마나 계산된 선택이었는지 실감했습니다. 과격한 육체 연기도 어색함 없이 소화해낸 두 배우의 내면 연기는 영화 전체의 설득력을 떠받치는 기둥 역할을 합니다.
호평과 아쉬움 사이, 제가 느낀 온도차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100%,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관람객 호평이라는 수식어는 분명히 사실입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호평을 받는 이유와 아쉬움이 생기는 이유가 사실 같은 지점에서 나온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장르 영화로서의 긴장감이나 속도감보다 주제 의식 전달에 훨씬 더 집중합니다. 나레이션(Narration), 즉 등장인물이 직접 카메라를 향해 말을 거는 방식이 반복적으로 사용되는데, 여기서 나레이션이란 이야기 바깥의 화자가 관객에게 직접 서사를 전달하는 기법을 의미합니다. 이 장치가 영화의 우화적 성격을 강화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반대로 장르적 몰입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두 주인공의 행동이 때로 납득하기 어렵게 느껴지는 순간들도 있었는데, 이것이 의도된 연출인지 아니면 서사의 허점인지 판단이 쉽지 않았습니다. 소재의 신선함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장르 영화로서의 재미보다 메시지 전달에 무게가 쏠린 후반부는 분명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끝난 뒤 계속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그 잔상이 오래 남는다는 것 자체가 이 영화가 가진 힘의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영화는 아닐 것이지만, 사랑의 어두운 이면을 탐구하는 방식은 분명히 독창적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투게더는 무섭기만 한 영화인가요, 아니면 로맨스 요소도 있나요?
A. 장르는 공포와 로맨스가 동시에 표기되어 있고, 실제로도 두 가지가 섞여 있습니다. 다만 로맨틱한 감동보다는 사랑과 헌신이 얼마나 기괴한 형태로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이라, 달달한 로맨스를 기대하고 들어가면 당황할 수 있습니다. 보디 호러를 중심으로 관계의 어두운 이면을 탐구하는 작품으로 이해하시는 게 더 정확합니다.
Q. 데이브 프랭코와 알리슨 브리가 실제 부부라는 게 영화에 영향을 주나요?
A. 제가 직접 봤을 때 이 부분이 꽤 크게 느껴졌습니다. 두 사람이 실제로 쌓아온 친밀감이 스크린 안에서 그대로 살아나는데, 이 편안함이 오히려 공포의 밀도를 높이는 역설적 효과를 냅니다. 과격한 육체 연기도 어색하지 않고, 내면의 감정 변화도 자연스럽게 전달됩니다.
Q. 공포영화 초보자도 볼 수 있나요?
A.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이지만, 보디 호러 특유의 신체 변형 장면이 포함되어 있어 강한 자극에 민감한 분들은 불편할 수 있습니다. 잔혹한 슬래셔 공포보다는 심리적 불안감을 자극하는 방향이라, 공포영화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장르 영화의 독특한 경험을 원하는 분이라면 충분히 도전해볼 만합니다.
Q. 마이클 생크스 감독의 다른 작품이 있나요?
A. 투게더가 첫 장편입니다. 그 전까지는 유튜브 채널 '팀팀페드'를 통해 단편과 영상 클립을 꾸준히 발표하며 20만 이상의 구독자를 모았고, 다양한 공모와 경연대회를 통해 연출 경력을 쌓았습니다. 첫 장편으로 선댄스 초청까지 이어진 점은 그 자체로 충분히 이력으로 평가받을 만합니다.
결론
투게더는 공포영화라는 외형 안에 관계와 헌신에 대한 불편한 질문을 담은 작품입니다. 화려한 볼거리나 짜릿한 스릴을 기대한다면 아쉬울 수 있고, 저 역시 장르적 속도감 면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난 뒤에도 '지금 곁에 있는 그 사람과 완전히 하나가 될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이 계속 떠오른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제 역할을 한 것입니다.
공포 장르에 어느 정도 익숙하고, 사랑의 어두운 이면을 탐구하는 독창적 작품을 찾고 있다면 충분히 볼 만한 영화입니다. 2025년 9월 3일 개봉 예정이니, 부천영화제에서 놓쳤다면 극장에서 직접 확인해보시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