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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맨 리뷰 (클리셰, 액션, 스타뎀)

by myview22087 2026. 6. 12.

영화를 보기 전에 이미 결말을 알고 있었습니다. 제이슨 스타뎀이 나오는 순간, 이야기가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서 끝날지 대략 그림이 그려졌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봤습니다. 그 이유가 뭔지, 또 그게 이 영화의 장점인지 단점인지, 직접 본 입장에서 풀어보겠습니다.

클리셰로 가득 찬 설정, 그럼에도 손이 가는 이유

솔직히 말하면, 워킹맨의 서사 구조는 제가 이전에 수십 번 본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전직 특수부대원이 일상을 숨기며 살다가, 주변 사람이 위험에 처하자 다시 본색을 드러낸다는 전형적인 히어로 아크(Hero Arc) 구조입니다. 여기서 히어로 아크란, 주인공이 능력을 감추고 평범하게 살다 결정적 사건을 계기로 다시 싸우는 서사 흐름을 말합니다. 리암 니슨의 테이큰 시리즈가 이 공식을 대중화했고, 이후 수많은 액션 영화가 이 틀을 반복해서 써왔습니다.

레본 케이드는 전직 왕립 해병대 특공대원으로, 시카고에서 건설 현장 감독으로 일하며 조용히 살아갑니다. 그의 주변에는 가르시아 가족이 있고, 그 딸 제니가 러시아 인신매매 조직에 납치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처음 부탁을 거절하는 장면조차 익숙합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아, 이 장면 다음엔 결국 마음을 돌리겠구나" 싶었고, 정확히 그대로 흘러갔습니다.

문제는 이 클리셰(Cliché)가 단순히 반복되는 수준을 넘어서, 아무런 변주 없이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클리셰란 너무 많이 반복돼 이미 결과가 예측되는 서사적 패턴을 뜻합니다. 악당은 항상 레본 앞에서 무력해지고, 주인공의 과거는 정확히 필요한 순간에 소환되며, 감정선은 예상 가능한 궤도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변주가 없다는 건 그것 자체로 이 작품의 가장 큰 약점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끝까지 보게 됩니다. 이건 제 경험상 이 분의 영화가 갖고 있는 독특한 흡인력 때문입니다.

액션의 완성도, 스타뎀이라는 장르

제이슨 스타뎀의 액션을 평가할 때는 단순히 "잘 싸운다"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그의 스턴트 워크(Stunt Work)는 업계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으로, 많은 장면을 대역 없이 직접 소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턴트 워크란 영화 속 위험한 신체 연기를 직접 수행하는 작업을 뜻하며, 배우의 신체 능력과 훈련 수준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지표입니다.

워킹맨에서도 그 특유의 몸놀림은 여전합니다. 좁은 공간에서의 근접 전투, 빠른 상황 판단을 활용한 연속 제압 장면은 속도감이 있었고, 제가 직접 보면서 "이건 확실히 다른 배우들이 흉내 내기 어렵겠다"고 느꼈습니다. 시몬 카르첸코의 조직을 하나씩 무너뜨리는 과정, 특히 볼로 콜리스니크를 추적해 제거하는 장면이나 디미를 압박하는 심문 장면은 단순한 격투 이상의 전술적 흐름이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액션 영화의 신체 연기 퀄리티에 대한 관객 반응은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국내 영화 관람 통계에 따르면, 액션 장르 영화에서 관객 만족도를 결정하는 요소 중 신체 연기의 실감성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스타뎀이 꾸준히 고평점을 유지하는 이유와 맞닿아 있는 부분입니다.

다른 액션 배우들이 점점 스크린에서 모습을 줄여가는 상황에서, 이 분이 변함없는 몸 상태로 계속 영화를 찍는다는 것 자체가 팬 입장에서는 감사한 일입니다. 다만 제 경험상 이 부분이 동시에 아쉬움이기도 합니다. 몸은 여전하지만, 그 몸을 담는 그릇인 서사가 너무 오래됐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이 작품에서 레본이 직면하는 적들의 구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러시아 마피아 브라트바 집행자 시몬 카르첸코와 그 조직
  • 딜러 디미와 연계된 바이커 갱단 및 리더 더치
  • 인신매매 조직의 핵심 인물 바이퍼와 아르테미스
  • 조직에 협력하는 부패 경찰

각각의 적이 등장하는 방식은 계단식으로 이어지며, 레본이 한 단계씩 올라가며 제거해나가는 구조입니다. 서사적으로는 예측 가능하지만, 액션의 완급 조절 측면에서는 나름의 흐름이 있습니다.

스타뎀에게 바라는 것, 변주의 가능성

영화 평론 분야에서는 오랫동안 내러티브 밀도(Narrative Density)라는 개념이 중요하게 다뤄져 왔습니다. 내러티브 밀도란 같은 상영 시간 안에 얼마나 다층적이고 입체적인 이야기 요소들이 담겨 있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으로, 단순한 사건 나열이 아닌 캐릭터의 심리, 관계의 변화, 주제의식 등이 복합적으로 구성될 때 높아집니다. 제이슨 스타뎀 영화의 경우, 이 수치가 장르 내에서 비교적 낮은 편입니다.

워킹맨도 마찬가지입니다. 레본의 딸 메리와의 양육권 갈등, 장인 조던과의 관계, 옛 전우 거니와의 우정 같은 감정선은 분명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들이 충분히 발화되기 전에 액션이 덮어버립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이 부분을 좀 더 깊게 파고들었으면 어땠을까" 싶었던 장면이 여러 군데 있었습니다. 특히 메리를 거니 부부에게 맡기고 떠나는 장면은, 아버지로서의 감정이 더 묵직하게 다가올 수 있었을 텐데 너무 빠르게 지나쳤습니다.

이런 서사적 아쉬움은 평론가와 일반 관객 사이의 온도 차로도 나타납니다. 실제로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 기준 평론가 점수와 관객 점수 간의 격차가 이 장르에서 유독 크게 벌어지는 경향이 있는데(출처: Rotten Tomatoes), 이는 평론가가 내러티브 구조를 중심으로 평가하고, 관객은 액션의 체감 만족도를 중심으로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워킹맨도 이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한 작품에서라도 좋으니, 스타뎀이 조금 더 다른 색깔의 서사를 만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계속 남습니다. 몸이 받쳐주는 지금이 오히려 그 변화를 시도할 가장 좋은 시기일 수 있습니다.

워킹맨은 제이슨 스타뎀이라는 배우를 좋아한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다만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하고 본다면 적잖이 허탈할 수 있습니다. 저는 후자였습니다. 그래도 이 영화가 완전히 실망스럽지 않았던 건, 결국 그의 액션을 눈으로 보는 경험 자체가 여전히 값어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스타뎀을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이 영화도 나쁘지 않은 입문작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팬이라면, 그에게 더 좋은 시나리오가 주어지길 저처럼 조용히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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