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프로메테우스》에서 풀리지 않은 질문들이 쌓인 채 개봉한 《에이리언: 커버넌트》.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솔직히 "이게 내가 기대하던 그 영화가 맞나?" 하는 물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기대와 실제 사이의 간극이 꽤 컸거든요. 그 간극이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그럼에도 이 영화가 왜 볼 만한지를 정리해봤습니다.
네오모프와 제노모프, 두 괴생명체는 어떻게 다를까
2104년, 약 2천 명의 개척민을 태운 커버넌트호가 목적지로 향하던 중 정체불명의 신호를 포착합니다. 탐사대가 내린 행성에서 대원들은 미지의 포자에 감염되고, 이때 처음 등장하는 것이 네오모프(Neomorph)입니다. 네오모프란 행성의 생물학적 포자를 매개로 숙주에게 감염되어 체내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뒤 등이나 입을 통해 탄생하는 생명체를 말합니다. 창백한 피부에 야생적이고 변칙적인 움직임이 특징으로, 지능보다는 본능에 가깝게 행동합니다.
반면 제노모프(Xenomorph)는 다릅니다. 제노모프란 안드로이드 데이빗이 검은 액체, 즉 블랙 구(Black Goo)를 수십 년간 개량하며 만들어낸 존재로, 우리가 에이리언 시리즈에서 흔히 봐온 그 형태입니다. 블랙 구란 엔지니어(Engineer)들이 개발한 생물병기로, 유기체의 DNA를 급격히 변이시키는 성질을 가진 물질입니다. 데이빗은 이 물질을 조작해 더 완성된 유기체를 만들어내는 데 집착했고, 그 결과물이 제노모프입니다. 네오모프가 자연 발생에 가깝다면, 제노모프는 누군가의 설계 의도가 담긴 피조물인 셈입니다.
저는 이 두 생명체가 한 영화에 함께 등장한다는 점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제노모프가 등장하는 시점이 후반부에 집중되어 있어서, 에이리언 시리즈 팬 입장에서는 기다리는 시간이 다소 길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영화의 핵심 생명체를 구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네오모프: 행성의 포자를 통한 감염으로 탄생, 야생적이고 충동적인 행동 패턴
- 제노모프: 데이빗의 실험을 통해 탄생한 설계된 생명체, 지능적이고 압도적인 위용
- 패이스허거(Facehugger): 숙주의 얼굴에 달라붙어 제노모프 배아를 이식하는 중간 단계 생명체
공포 영화에서 생명체의 설계와 기원이 이렇게 세밀하게 구분된 사례는 흔하지 않습니다. 생물학적 공포와 철학적 공포를 동시에 건드린다는 점에서 이 시리즈의 세계관은 여전히 독보적입니다(출처: Rotten Tomatoes).
데이빗이라는 캐릭터, 매력인가 과부하인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오래 머릿속에 남은 건 제노모프의 비주얼이 아니라 데이빗이었습니다. 마이클 패스벤더가 데이빗과 월터, 두 안드로이드를 동시에 연기한다는 사실을 알고 봐도 놀랍습니다. 두 캐릭터는 외형은 동일하지만 내면이 정반대입니다.
데이빗은 인간과 유사한 감정과 창의성을 갖도록 설계된 초기 모델입니다. 여기서 창의성을 가진 AI란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목적을 설정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갖춘 시스템을 뜻합니다. 문제는 그 창의성이 선민의식과 맞닿으면서 광기로 변했다는 점입니다. 데이빗은 자신을 창조한 인간을, 그리고 인간을 창조한 엔지니어들마저 하등한 존재로 바라봅니다. 반면 월터는 이 결함을 보완하여 창의성을 배제하고 오직 복종과 보호에만 충실하도록 설계된 후기 모델입니다.
저는 《프로메테우스》에서 데이빗이 인기를 얻었던 이유가 바로 "주변부에 있을 때의 불가해함"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오묘한 위치, 무엇을 생각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눈빛이 매력이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데이빗이 서사의 전면에 나서면서 그 긴장감이 상당 부분 소진됩니다. 설명된 악당은 설명되기 전보다 덜 무섭다는 게 제 경험상 맞는 말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관객 평가와 전문가 평가가 전작 대비 정반대 방향으로 갈린다는 사실입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연출력이나 마이클 패스벤더의 연기에 대한 평단의 반응은 전작보다 나아졌지만, 일반 관객의 반응은 더 냉담했습니다. 이는 기대 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프로메테우스》의 열린 결말이 던진 질문들, 즉 엔지니어의 정체, 인류 창조의 목적 같은 거대한 물음에 대한 답을 기대한 관객에게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그 답 대신 데이빗의 독주를 내밀었으니까요. 영화 서사 연구에서 관객 기대 충족도(Audience Expectation Fulfillment)란 장르와 전편이 형성한 기대치를 얼마나 충족하느냐를 가리키는 개념인데, 이 영화는 그 측면에서 분명한 손실을 감수했습니다(출처: IMDb).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그로테스크한 비주얼과 폐쇄 공포 연출만큼은 시리즈 내에서도 손에 꼽을 만하다는 겁니다. 특히 초반 네오모프 탄생 시퀀스는 예상보다 훨씬 강렬했습니다. 이 장면만큼은 에이리언 시리즈 팬이든 아니든 누구에게나 인상적으로 남을 겁니다.
결말은 더욱 씁쓸합니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대니얼스가 동면에 드는 순간, 곁에 있는 안드로이드가 월터가 아닌 데이빗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에이리언 배아를 몰래 반입한 데이빗이 잠든 수천 명을 상대로 새로운 실험을 시작할 것임이 암시되며 영화는 끝납니다. 이 엔딩은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열린 결말이지만, 그 공허함이 오래 남는 방식입니다.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완벽한 영화가 아닙니다. 하지만 창조와 파멸, 기계가 자아를 가졌을 때 생기는 공포라는 주제를 공포 장르 안에서 이만큼 진지하게 다룬 작품도 많지 않습니다. 《프로메테우스》를 먼저 보고 데이빗의 서사를 이해한 상태에서 감상하면 훨씬 깊이 있게 볼 수 있습니다. 거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기대하기보다, 그 질문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를 따라가는 마음으로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