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마이클 잭슨의 어린 시절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었습니다. 음악은 귀에 익었지만, 그 뒤에 어떤 삶이 있었는지는 관심조차 없었던 것 같습니다. 막연하게 '팝의 황제'라는 수식어만 알고 있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이 꽤 많이 바뀌었습니다.
자파 잭슨의 싱크로율,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친조카인 자파 잭슨이 주연을 맡았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혈육이라서 캐스팅한 거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셨을 텐데, 저도 그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스크린에서 보니 그 선입견이 완전히 깨졌습니다.
퍼포먼스(Performance)란 단순히 춤과 노래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내면과 감정까지 무대 위에서 구현해내는 종합 예술을 뜻합니다. 자파 잭슨은 문워크(Moonwalk), 마이클 특유의 발끝으로 버티는 그 동작 하나하나까지 재현해냈는데, 문워크란 발을 앞으로 내딛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뒤로 미끄러지는 환각적인 댄스 기법을 뜻합니다. 극장에서 그 장면이 나왔을 때 주변에서 작은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제가 직접 극장에서 경험한 반응이라 그 온도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물론 자파 잭슨이 마이클의 목소리를 완벽히 대체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보컬 퍼포먼스 면에서는 아무래도 실제 마이클의 녹음과 비교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봤습니다. 배우로서의 감정 연기, 특히 어린 마이클이 아버지의 압박 속에서 눈물을 삼키는 장면에서는 실제 혈육이기에 나올 수 있는 감정의 결이 느껴졌습니다. 그 부분은 어떤 전문 배우도 대신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팝의 황제가 되기까지, 화려함 뒤의 그늘
영화를 보면서 제가 가장 몰랐던 부분은 아버지 조 잭슨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잭슨 파이브(Jackson 5)는 마이클이 10세 전후에 형제들과 함께 데뷔한 보이밴드 그룹입니다. 보이밴드(Boy Band)란 주로 10대 남성으로 구성된 음악 그룹으로, 팝과 R&B를 기반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형태를 말합니다. 그런데 그 화려한 출발 뒤에 아버지의 강압적인 훈련과 심리적 압박이 있었다는 사실을 영화로 처음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빌보드 차트(Billboard Chart)는 미국 음악 시장에서 판매량, 라디오 방송 횟수, 스트리밍 수치를 종합해 순위를 매기는 음악 지표입니다. 잭슨 파이브는 데뷔 직후 빌보드 1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는데, 이 기록이 단순히 재능만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걸 영화는 꽤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마이클에 대해 연민보다는 경의를 느꼈습니다. 그 환경에서 저였다면 음악을 사랑할 수 있었을까 싶었거든요.
영화 전반에 걸쳐 재현되는 무대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스릴러(Thriller), 배드(Bad) 등의 명곡들이 단순히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게 아니라 퍼포먼스 전체로 구현되는데, 극장의 사운드 시스템으로 듣는 경험은 유튜브나 집에서 보는 것과 확실히 달랐습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이건 극장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음악적 유산에 대해서는 그래미 공식 사이트(Grammy.com)에서도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가 얼마나 많은 기록을 남겼는지 수치로 보면 다시 한번 놀라게 됩니다.
이 영화가 담아낸 마이클 잭슨의 핵심적인 삶의 궤적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10세 전후 잭슨 파이브로 데뷔, 빌보드 1위 기록하며 글로벌 스타로 급부상
- 아버지 조 잭슨의 강압적 훈련과 심리적 통제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냄
- 솔로 독립 후 스릴러, 배드 등 역대 최다 판매 앨범들을 연이어 발표
- 수많은 논란과 언론의 압박에도 음악과 무대를 통해 사랑의 메시지를 이어감
- 사후에도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리는 아티스트 중 하나로 남아 있음
논란을 어떻게 볼 것인가, 영화의 태도
이 영화를 두고 일부에서는 "마이클 잭슨의 논란을 너무 미화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실제로 마이클 잭슨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지금도 엇갈립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영화가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를 주목해서 봤습니다.
영화는 그의 논란을 정면으로 해명하거나 반박하기보다는, 언론의 압박과 그로 인한 고독을 인간적인 시선으로 담아내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나르시시즘(Narcissism)적인 영웅 서사로 흘러갈 수 있었는데, 나르시시즘이란 자기 자신을 과도하게 이상화하고 외부의 비판을 수용하지 않는 심리적 성향을 뜻합니다. 영화는 그 경계를 비교적 잘 지켰다는 인상이었습니다. 완벽한 인물로 그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신뢰감이 생겼습니다.
전기영화(Biographical Film), 흔히 바이오픽(Biopic)이라 불리는 장르는 실존 인물의 삶을 극화한 영화를 뜻합니다. 바이오픽은 사실과 드라마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가 핵심 과제인데, 이 영화는 그 균형을 완벽하게 맞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팬이 아닌 일반 관객 입장에서도 마이클 잭슨이라는 인물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계기는 충분히 되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단순히 팬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 그를 잘 몰랐던 사람에게도 열려 있는 영화였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음악 산업 내 위상에 관한 학술적 분석은 미국 음반산업협회(RIAA)의 공식 집계 자료에서도 일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역대 최다 인증 앨범 기록이 그의 이름 옆에 붙어 있다는 사실은 논란과 별개로 음악적 영향력만큼은 부정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12세 이상 관람가 등급이라 아이들과 함께 봐도 되는지 걱정하는 분들도 있는데, 제가 보기에 자극적이거나 불편한 장면은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음악을 좋아하는 자녀라면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눌 거리가 꽤 많은 영화입니다.
영화가 끝날 때 "마이클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라는 문구가 남는데, 2편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구성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더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팝의 황제라는 수식어를 그냥 받아들이던 저에게, 이 영화는 그 수식어가 얼마나 무겁고 복잡한 무게를 지닌 말인지 다시 생각하게 해줬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한 인간의 삶을 들여다보는 경험으로서 충분히 극장을 찾아볼 만한 작품입니다.